【원신 명칭 해설】 흘호에 대해서
로컬라이제이션의 한계로 원문의 내용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리월의 '흘호'다.
흘호
흘호암
리월항의 서민 거주구이자 상업구인 흘호암. 중국어 명칭은 吃虎岩 말 더듬을 흘 / 범 호 / 바위 암이다. 그럼 이 흘호가 뭘까? 말 더듬는 호랑이는 아닐 것이다. 카에데하라 카즈하가 애용하는 검인 '흘호 생선회칼'의 스토리에 힌트가 있다.
흘호 생선회칼
원래는 '이호'라는 이름의 물고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와전되어 '흘호어'가 되었고, 다시 '흘호어'가 리월 식용 생선의 대명사가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만으론 여전히 '이호'가 어떻게 와전되면 '흘호'가 되는 건지는 알 수 없다. 이호의 원문은 螭虎로 중국어에서 螭 이와 吃 흘 모두 발음이 chī 치이다. 그래서 '이호'와 '흘호' 모두 '치후'로 발음된다. 흘호암에는 이호가 왜 같은 발음의 흘호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NPC가 있다.
대발이
꽃가마꾼인 대발이는 밤이 되면 만민당 옆에 있는 소이모의 노점에서 밥을 먹는다. 한국어 번역은 손님이 '흘호어'의 '흘'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줬다며 보여주려다 자기가 글을 못 쓴다는 사실을 깨닫는 내용인데, 원문의 경우 손님이 '흘호어'의 '흘'이 원래는 그 글자가 아니었다는 걸 알려줬다며 보여주려다 쓰지 못하자 자기는 문맹이 아니라며 부인하는 내용이다. 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호의 螭가 너무 어려워 손님에게 한 번 배운 걸로는 쓸 수 없었던 것이다.
중국어에서 吃 흘은 '먹다'라는 뜻으로 가장 기본적인 단어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호를 쓰지 못한 사람들이 흘호로 바꿔쓰다 흘호가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어는 이호의 발음이 螭虎 치코인 것을 이용해 어려운 螭 이 대신 카타카나 チ 치로 대체해서 チ虎 치코가 되는 방식으로 깔끔하게 번역했다. 영어에선 Ticker fish가 Tiger fish로 변한 것으로 번역되어 비슷한 소리의 다른 이름인데 대발이가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흘호어 구이
한국어로는 이호와 흘호의 관계를 알 수 없다 보니 흘호어 구이의 도감 설명도 '흘호어를 구운 것'을 '흘호어 구이'라 불렀지만 널리 알려지면서 다른 생선을 사용한 것도 '흘호어 구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번역이 되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원래의 '흘호어 구이'는 '이호어'를 구운 것이지만 '이호어 구이'를 '흘호어 구이'로 부르게 되면서 재료도 '이호어'로 제한하지 않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흘호 생선회칼의 스토리와 종합하면 다른 생선을 구운 것도 '흘호어 구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다시 식용 생선 자체를 '흘호어'가 대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호
교룡?
흘호가 이호를 어떻게 대체하게 되었는지는 알겠는데, 그럼 이호는 뭘까? 중국의 전형적인 장식 문양인 螭虎纹 이호문은 호랑이의 얼굴에 용의 몸통을 가진 형태로 옥새 등에 많이 사용되었는데, 螭龍纹 이룡문과 사실상 동일한 문양이라 보고 같은 카테고리로 구분한다. 이호와 이룡은 대체 가능한 단어라고 볼 수 있다. 이호와 이룡의 螭 이는 교룡 이로, 경책 산장에 봉인된 교룡의 유해를 찾는 세계 임무 『「교룡」 이야기』에 나오는 그 교룡이다. 蛟龍 교룡과 螭龍 이룡은 다른 존재인가에 대해서는 문헌마다 달라 정확하게 답을 내리긴 어려운데, 최소한 원신 내에선 바다 괴수는 일괄적으로 螭 이로 표기하고 있고 고화파 관련 텍스트는 蛟 교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분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심지어 교룡 이야기 외의 螭 이 관련 텍스트에선 전부 螭 이를 '이무기'로 번역하고 있는데, 기행 대검인 螭骨剑는 '이무기 검', 절운기문에 나오는 螭兽는 '이무기', 리월 도시 평판 보상인 '금종천행의 날개'의 螭龙도 '이무기', 무망 인구 밀궁 설명의 螭龙도 '이무기', 심지어 교룡 이야기와 동일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로알드의 일지의 螭 역시 '이무기'로 번역하고 있다. 아무래도 교룡 이야기를 「이무기」 이야기로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룡
위에서 언급했듯이 경책 산장에 봉인된 '이' 외에도 바다 괴수인 螭兽 이수와 螭龙 이룡에 대한 텍스트가 여러 개 있는데, 이 바다 괴수의 수가 급감한 것이 이호어가 멸종 직전인 원인임을 흘호어 구이의 도감 설명에서 알 수 있다. 한국어에서 '공생'으로 번역된 단어는 원래 伴生으로, 바다 괴수가 있어야만 이호어가 존재할 수 있는 편리 공생 관계로 보인다. 교룡 이야기와 바다 괴수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설명하려고 한다.
이호어
하나 더 아쉬운 점은 소의 전설 임무에서 수 천년 전에 죽은 동작이 전통적 '이호어 구이'를 한 번 더 먹어보고 싶다고 하는데, 중일영은 전부 이름이 바뀌기 전의 명칭이지만 한국어만 '흘호어 구이'로 나온다. 마지막에 소가 동작이 좋아했던 음식이 어떤 맛인지 궁금하다며 주문을 할 때도 '이호어 구이'로 언급하지만 한국어는 '흘호어 구이'다. 동작이 살아있던 시절엔 이호어와 이호어를 사용한 이호어 구이가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대사이기 때문에 굳이 '흘호어 구이'로 바꿔야 했나 싶다.
또 동작이 읊는 시에서 '이호'를 찾아 바다에 들어간다는 문장을 영어에선 '이호어'로 번역했는데, 이게 오역이 아니라면 이호가 이수나 이룡과 같이 바다 괴수의 명칭이고 이호와 함께 서식하는 물고기를 이호어라고 부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다. 따라서 이호 자체는 이호어를 뜻하며 이룡과 이호의 관계성에서 이호라고 이름 붙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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