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명칭 해설】 간다르바 성곽
수메르는 현재 고유명사가 중국어 원문과 다른 언어 사이에 가장 차이가 큰 지역이다. 이는 아마 발음을 음차한 것이 아니라 기존 한역 불교 용어를 차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다르바 성곽 역시 그런 예로 중국어 명칭만 간다르바와 관계없는 化城郭 화성곽인데, 이걸 이해하려면 한역 경전과 원문 산스크리트어의 차이를 알아야한다.
간다르바 성곽
화성
4-5세기 경 활동한 승려 구마라집이 한역한 묘법연화경, 흔히 말하는 법화경의 7장 제목은 化城喩品 화성유품으로 '화성의 비유의 장'이다. '화성의 비유'는 법화경에 나오는 일곱 비유 중 하나로, 위험한 짐승들이 넘쳐나지만 인적도, 마실 물도, 안전한 쉴 곳도 없는 험한 숲이 있다고 하자. 숲의 끝에는 보물이 있지만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그 길은 너무 멀고 힘들다. 그 길을 잘 알아는 사람이 앞장서서 사람들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길 도중에 지치고 두려워진 사람들이 더 이상 가지 못하겠으니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조금만 더 참으면 되는데 지금까지 노력한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인도자가 총거리의 3/5 지점에 신통력으로 훌륭한 도시를 만들어낸 뒤 숲의 끝에 다다랐으니 빨리 도시에 들어가자고 격려한다. 목표가 눈에 보이자 사람들은 기뻐하며 조금 더 힘을 내 도시에 도착한 뒤 안심하고 피로를 푼다. 사람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것을 확인한 인도자는 도시를 없앤 뒤 진짜 목표가 얼마 안 남았으니 다시 떠나도록 격려한다. 여기서 여행자는 중생을, 인도자는 부처를, 험한 숲은 수행을, 보물이 있는 곳은 성불을 의미한다.
그럼 화성은 무엇인가? 묘법연화경에선 인도자가 신통력으로 도시를 만드는 부분을 尋時思方便 當設神通力 化作大城郭이라고 번역했다. 방편으로써 신통력을 사용해 大城郭 큰 도시를 化作 화작, 눈속임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 이 실체가 없는 환영의 도시를 化城 화성이라고 한다. 화성은 비록 진짜 목표 지점이 아닌 잠시간의 눈속임이지만 화성이 없었다면 사람들은 험난한 길을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므로, 궁극적인 깨달음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중간 단계로써 방편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내용이다. 化作大城郭에서 볼 수 있듯 성곽은 성벽이 아닌 도시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따라서 化城郭 화성곽은 법화경의 화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건달바성
그럼 산스크리트어 원문의 화성이 간다르바인가? 아니다. 화성유품의 원문은 pūrvayogaparivartaḥ로, '전생의 인연의 장'을 뜻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필요한 범위를 넘어가니 생략한다. 인도자가 신통력으로 도시를 만드는 부분 역시 ṛddhibalena vādya nagaraṃ mahantaṃ abhinirmiṇeyam으로 '신통력을 통해 마법으로 만들어진 훌륭한 도시'로 표현되어있다. 즉 화성이라는 초월번역으로 만들어진 단어가 원문엔 없다보니 뜻이 통하는 다른 단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간다르바는 인도 종교들에 나오는 존재로 종교마다 자세한 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노래 또는 연주가 뛰어나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대기 중의 온도차로 인한 빛의 굴절로 하늘에 나타난 도시의 신기루를 간다르바의 도시, Gandharvanagara라고 불렀다. 한역으로는 乾闥婆城 건달바성이라고 하는데, 반야경 등에서는 꿈과 환상 같은 실체가 없는 것을 건달바성과 같다고 표현한다. 수메르 사막에서 하늘에 나타난 신기루를 보면 얻을 수 있는 천지만물 업적도 중국어 犍闼缚城 일본어 犍達縛城 한국어 모두 건달바성이고 영어만 The Illusory City다.
건달바성에는 화성과 같은 깨달음으로 가는 중간 단계의 뜻은 없지만 실재하지 않는 환영 도시라는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에 영어 Gandharva Ville, 일본어 ガンダルヴァー村로 간다르바 마을이라 이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성벽은커녕 울타리조차 없는 간다르바 성곽의 이름이 '성곽'인 이유와 그것이 오역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후로 간다르바 마을이라 칭한다.
이후로는 수메르 마신 임무 스포일러를 포함한다.
마신 임무
세계수의 환영을 보고 쓰러진 여행자가 깨어나자마자 한 여기가 어디냐는 질문에 콜레이가 간다르바 마을에 대해 소개하는데, 원래는 수메르의 학자들이 우림에서 임시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만든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후 타이나리는 일부 학파의 학자들은 이 주변 숲에서 수행을 한다고 한다. 숲 속의 수행과 휴식처 모두 화성 모티브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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